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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품위 봉녕사

작성자
이세진
작성일
2012.06.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06
내용
가는 길은 편안했습니다.
절이 만들어진 고려 때도 이 길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 뒤 무슨 이유로 길은 좀 넓어졌을 것입니다.
가는 길 옆,
오래 전 하나였을 무덤은 이제 아홉으로 누워 있습니다.
예전엔 그들도 짚신 신고 이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무덤 위 푸른 잔디는 겨울이 되면 색깔을 놓고 생각에 잠깁니다.
봉녕사로 가는 길입니다.
봉녕사 안뜰 법당 뒤쪽
어쩌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그곳에 돌부처가 있습니다.
눈 코 잎이 없는 부처입니다.
푸르게 이끼가 낀 몸통에는 백동전이 수북합니다.
부처 앞 잔디는 새로 돋을 틈 없이 다 해져 있습니다.
알고 보면 죄의 터라 그럴 것입니다.
온갖 무거움, 비밀스러움으로
부처의 눈 코 입은 다 해졌을 것입니다.
모든 기억은 잠시 비기도 합니다.
근처 몇 채의 집들은
늦은 햇살을 불러들입니다.
하고 싶은 말들은 아홉 개의 무덤, 얼굴 다 해진 돌부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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