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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첫사랑 구두에 관한 회고

작성자
이하정
작성일
2012.06.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671
내용
구두에 관한 회고
오래 벗어두던 구두를 신어본다
어두운 골목을 서성일 때마다
가등의 불빛에 숙성되던 그리움의 뒷 태인 듯
잠시 희망으로 빛났던 광택은 가라앉고
가벼운 체구의 주름으로 남은 구두,
이제는 없어진 뒤꿈치 굳은살처럼
낯선 체감으로 발을 감싼다
구두를 신고 다닐 때는 몰랐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흘린 시절의 기억이 아니라
발이 구두에 적응하던 고통의 기억 뿐,
그 자욱 위로
마음이 걸었으나
자주 길 잃었던 희망들
시큼한 먼지로 덮여 세월을 증거한다는 것을,
머리를 산발한 채 거리를 지나는
세월 앞에서 구두,
홀로 익힌 침묵으로 빛을 줄이고
한 번쯤 스쳐온 고통에 기대어,
묵은 내력에 함부로 발기하지 않는다
살아온 내 삶의 경사인 듯 한 쪽으로 기울어야
간직한 무게를 버리고 사물로 귀화하는
한 켤레 구두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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