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자유게시판

제목

스탈 장시(이)

작성자
신만희
작성일
2012.06.2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084
내용
시금치밭에 거름을 뿌려서 파리가 들끓고
이틀째 흐린 가을날은 무더웁기만 해
가까운 데에서 나는 인성도 옛날이야기처럼
멀리만 들리고
눈은 왜 이리 소경처럼 어두워만지나
먼 데로 던지는 기적소리는
하늘끝을 때리고 돌아오는 고무공
그리운 것은 내 귓전에 붙어있는 보이지 않는 젤라틴지
―나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재산처럼
외계의 소리를 려과하고 채색해서
숙제처럼 나를 괴롭히고 보호한다
머리가 누렇게 까진 땅주인은 어디로 갔나
여름저녁을 어울리지 않는 지팽이를 들고
이방인처럼 산책하던 땅주인은
―나도 필경 그처럼 보이지 않는 누구인가를
항시 괴롭히고 있는 보이지 않는 고문인
시대의 숙명이여
숙명의 초현실이여
나의 생활의 정수는 어디에 있나
혼미하는 아내며
날이 갈수록 간격이 생기는 골육들이며
새가 아직 모여들 시간이 못된 늙은 포플러나무며
소리없이 나를 괴롭히는
그들은 신의 고문인인가
―어른이 못되는 나를 탓하는
구슬픈 어른들
나에게 방황할 시간을 다오
부만족의 물상을 다오
두부를 엉기게 하는 따뜻한 불도
졸고 있는 잡초도
이 무감각의 비애가 없이는 죽은 것
술취한 듯한 동네아이들의 함성
미쳐돌아가는 력사의 반복
나무뿌리를 울리는 신의 발자죽소리
가난한 침묵
자꾸 어두워가는 백주의 활극
밤보다도 더 어두운 낮의 마음
시간을 잊은 마음의 승리
환상이 환상을 이기는 시간
―대시간은 결국 쉬는 시간

0
1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