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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새봄을기다림 내 사랑이 따뜻했던 날들

작성자
김화영
작성일
2012.05.2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675
내용
내 사랑이 따뜻했던 날들
가을이 다 가도록 사내는 그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모든 아픈 것들이
그 집 안으로 들어와 꽃밭을 이루고, 꿈을 꾸듯 아득해 하곤
했다 간혹 그 꽃들의 뿌리가 잠든 사내의
잠자리까지 찾아 들어와
힘들게 몇 개의 씨앗을 틔우곤 했다 아침마다
까칠한 얼굴로 조간 신문이 오고, 그것이 유일한 바깥 세상과의
만남이었으므로 사내는 찬 마루에 앉아서도, 부엌에서 무언가 끓는 소리를
낼 때도, 창 밖의 화단이 수런거릴 때도 손에서 떼지 않고
유일한 세상과의 결별의 후일담을 읽는 듯 했으므로
가끔
정말 가끔은 집 밖의 일이 궁금해질 때, 기타를 꺼내
오래된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불러낸 물소리들이 기타를 적시고 집 안의 세간들을
다 적시고, 어딘가 숨어있던 돌아가신 분들의 흰 머리카락들이
둥둥 떠올라 사내의 어깨 위에 내려앉곤 했다
끝내 잊혀지지 않을 생애가 첨벙 첨벙 가을을 질러오다
뒤뜰 목련 나무 가지에 걸리면 눈발 날리듯
흰눈 속의 새들이 먼저와
위로의 말을 전해줄 것만 같았다 가을이 다 가도록, 사내의 집에는
모든 아픈 것들이 뿌리를 내리고 밤이면
먼 마을 밖 해안선까지 환하게
별이 떠올랐다 유일한 세상의 잃어버린 길과
무성한 몇 개의 소문들이 안개처럼 집 주위를 맴돌고
가느다랗게 새어나오는 그 집의 불빛을 따라
몇 개의 꽃들이 날아오르는 것을 사내는 보지 못했다 간혹
그 꽃들의 아픈 관절처럼 눈 밟는 소리가 담 너머까지
들려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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