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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위로 꽃샘추위

작성자
이조하
작성일
2012.06.1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676
내용
살아서 갚을 빚이 아직 많다
새벽 공기를 돌려야 할 집이 아직 많다
두드려도 울리지 못하는 가슴이 아직 많다
죽어서도 물음을 묻는 무덤이 아직 많다
우리 발에 올가미가 걸릴 때
우리 목을 억센 손이 내리누를 때
마주보는 적의 얼굴
가거라
한치도 탐하지 말라
몇점 남은 우리 몸의 기름기를
겨울의 마지막에 아낌없이 불을 당겨
겹겹이 쌓인 추위 녹일 기름을
한치도 탐하지 말라
우리의 머슴이 되지 않으면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가져가거라
마주잡는 손과 손을 갈라놓는 찬바람
꿈에까지 흉측한 이빨자국 찍고 가는 찬바람을
씨 뿌린 자가 열매 거둘 날이 가까왔다
번개가 번쩍이는 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안다
갚을 빚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안다
식중독으로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
우리는 하늘의 뜻을 버렸음을 깨닫는다
무덤 속에서 살아 있는 불꽃과 만난다
바람이 셀수록 허리는 곧아진다
뿌리는 언 땅 속에서 남 몰래 자란다
햇볕과 함께 그림자를 겨울과 함께 봄을
하늘은 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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