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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진실 오랑캐꽃을 위하여

작성자
이효정
작성일
2012.06.14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650
내용
2교시째 국어시간
단원은 오랑캐꽃
교사는 오랑캐꽃을 모르는 키작은 남자
첫눈 오는 날처럼
2학년 5반은 구석구석
소란스러운 침묵
오랑캐꽃에 관하여
한 아이는 풀꽃이라 말하고
자습서를 믿는 학생은 제비꽃이라 이해한다
전라도에서 자라난 소녀는 잡초로 발음했다
눈속에서도 모질게 피어나는
등록금 밀린 아이가
오랑캐꽃 한 구절을 읽었을 때
창밖엔 우리의 소망같은 눈꽃송이
소복소복 쌓인다
이내 녹을 희망도 부질없이 쌍여본다
소녀들의 가슴에도 눈이 내린다
일기예보에도 없는 눈이
열다섯살짜리 소녀의
삶의 계곡에 가 쌓인다
눈 눈 눈
따뜻한 눈을 뜬 소녀가 일어선다
오랑캐꽃
봄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교사는 책을 덮고 중얼거렸다
어느덧 분주하던 눈발도 그치고
오랑캐꽃도 정말은 피지 않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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