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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운명 봄 비

작성자
정유빈
작성일
2012.06.1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675
내용
봄 비
비 나리는 청량사 입구
빗줄기에 제 살이 찢겨도
다시 젖어야 환해지는 감나무 앞,
저물도록 선 아이가 있다
아이에게도 이 생에 기다려야 할
약속이 있다는 것일까,
흐린 하늘을 쳐다보는 아이는
눈사위가 깊다
아이가 올려놓은 생각에 가지들이 휘어진다
지나던 비구니
끌고 오던 길을 놓고 아이를 바라본다
세월이 비워놓은 고요한 행간 속에서
적당히 떨어져야 함께 젖어드는 삶,
나무가 견뎌온 생략이란 그런 것이다
세월을 이겨낸 생각들만 서둘러 몸을 간추려 떠난다
흘러가서 마침내 무엇이 될 빗물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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